방금 어마어마 한일이 일어났다
뭐냐면 고물상앞을 지날때 오십구세 아저씨가
숱불에 돼지고기를 굽고 있었다
거긴 제주항의 끝이며 올레길 코스의 시작이었다
나는 아직 그 아저씨둘이 준 커피잔에 술을 마시며 이글을 쓰고있다
처음에 말라갱이에 꺽다리 아저씨가 모자를 쓰고 굽고잇길래
지나가는 길인데 나도좀 얻어먹을수 있나 물어보니
자기가 주인이 아니라서 모르겠다고 확실히는 말안하고 얼버무렸다
곧 이어 날보더니 키작고 뚱뚱한 선그라스 낀 아저씨는
내가 또 그얘길 재차 하자 집에 들어가서 나무젓가락을 한개 더 들고 오더라고
그런 작은정성이 사람을 감동시키고
언제나 모든것을 완성품만 원하는 요즘 젊은얘들이 배울점들이다
그런것도 모르고 정치한다고 나불 되는 얘들은 쓸모가 없다
심지어 검사한테도 두번중 한번은 갓는데 두번다 안왔다고 거짓말 까지 치는 정도인데 뭐
생긴건 꼭 전에 십년전에 수영장에서 본 그 오리발대기실에 묵어논 아줌마랑 닮았던데
게좌가 틀림없다
먼저 꺽다리는 전갈좌가 틀림없고
그 철판도 주워온것인데 첨엔 가스불인 줄 알았는데
연탄같더라고 들었을때보니 다시보니 숱불이더라고
그래서 돼지 어느부이냐고 하니 앞다리라던데 세븐일레븐에서 사온거라고
마트가 더 싸지 않냐니깐 아니라던데
원래 편의점께 좀 비싸거든 모든것이
난 앞다리살은 질겨서 구워서는 못먹겠더라고 족발아니면
족발만들정도로 오래 삶을꺼면 그냥 사는게 낫고
근데 숱불이다보니 삼겹살 같이 노릇노릇 하더라고
상당히 맛있더라고
형동생 사이 같던데 확실히 물어보진 않았고
게좌아저시는 무슨일하냐고 물어보곤 그거는 다시 물어보진 않더라고
전갈 아저씨는 아예 안물어보더라고
전갈아저씨가 소주와 고기를 주었고 게좌아저씨는 편하게 의자에 앉아먹고
혼자 떠들고 전갈아저씨가 조용히 세네마디에 한번씩 반응해줄뿐이었다
거기다 불시에 저격수 같은 말한마디를 해도 게좌는 여유있게 받아줬다
소주가 두병인데 한병이 다 비워갈무렵 어여 묵고 가라 라고 하는걸보니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나누고 싶어하는것같고
처음엔 한잔만 먹고 가라고 하던데 내가 말을 잘하다보니 금새 한병이 다비워졌다
내가 그중 젤 많이 먹었고 또 마늘짱아지도 먹고 한번은 바람이 북동풍이 부니 짱아치는 문을 닫던데
내께 아니라서 이의제기를 못했다
나중에 다시 열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지만 말이다
그뒤에 상추도 있던데 열지를 않더라고 그렇다고 그것까지 달라고 할정도로 난 염치없지는 않다
전갈아저씨는 여기 안산다고 하더라고
게좌아저씨는 고양이를 칠십마리 키웠다면서
고물상이 돈이 안된다면서도 여유는 꾀나 있더라고 담배는 안피던데
전갈아저씨는 폈고 내게는 청하지 않았다
뭐 고물상하는 사람들한테 그런것까지 청할수는 없고
바로 물병이 만든 세상의 결과이기도 하지
그러니 물병이 정권을 잡으면 안되고
사람들 인심이 메마르고 각박해지는 요즘
흔치 않는 풍경이었다
나는 얻어먹을 복은 많은것같다
낙시하는데 가면 소주값이 필요없으니
여긴 그런곳도 아닌데
역시 군대선배의 조언이 맞았다 그는 쌍둥이였는데
이 아저씨는 꼭 은하철도의 철이 같다 인상도 그렇고 말빨이나 말투도
그래서 칭찬 하지 않을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