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로 인한 이상 날씨가 일상이 되었다, 이젠 지각 단풍으로 ‘초록 가을’이 예견된다는 우울한 소식마저 들린다. 최근 우리 지역에는 “쓰러지고 역류하고…제주 11월 강수량 101년 관측 사상 최다”라는 기사가 보도될 만큼 이례적인 폭우가 내리기도 했다.
필자가 자주 찾는 ‘한마음 근린공원’에서의 산책도 최근 잦아진 비로 인해 불편한 점이 있다. 비가 내린 후에는 산책로와 특히 경사진 나무 데크 길이 매우 미끄러워서 여간 조심해서 걸어야 하는 게 아니다. 경사로에는 일부 미끄럼방지 패드가 설치되어 있지만, 모든 구간에 적용된 것은 아니어서 무심코 걷다가는 미끄러져 다칠 위험이 있고, 또 실제 목격한 적도 있다.
최근 다중이 이용하는 공원의 이러한 위험 요소를 세심하게 살핀 제주시 공원녹지과는 “비 온 뒤 산책로가 미끄러우니 주의 부탁드립니다”라는 안내문을 곳곳에 부착했다. 이 문구를 볼 때마다 시민의 안전을 생각한 따뜻한 배려심이 느껴져, 산책을 즐기는 이로서는 여간 고마운 게 아니다. 다만, 미끄럼 주의문을 철제 ‘공원등’에 부착한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이 공원의 자랑거리인 소나무 기둥에 백색 테이프로 칭칭 감아 붙여놓은 점은 다소 아쉽다. 더욱이 이 소나무는 재선충 방제 중이기 때문에 그 관리 상태를 고려해서 좀 더 세심한 처리가 필요하지 않았나 싶다. 물론 예산상의 이유로 주의 푯말을 세우지 못한다는 점도 있을 것이라 이해하지 못할 바도 아니지만.
어쨌거나 시민의 안전을 위해 애쓴 분들의 따뜻한 마음만큼은 안내문에서 고스란히 전해진다. 민원인의 악성 갑질로 인해 고통받거나 안타깝게도 목숨을 잃은 공무원들의 소식도 들려오는 현실 속에서 이렇게까지 시민을 세심하게 신경 써 주는 공무원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비록 드러내 놓고 이들을 칭찬하지 않더라도, 이곳 산책로를 걷는 많은 사람들은 미끄럼 주의 글귀를 부착해 준 분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을 것이다. 이분들 덕분에 비 오는 날임에도 필자는 오늘도 안전하게 산책을 마치고 돌아왔기에 이참에 고마운 마음을 담아 모닝 차 한 잔을 기꺼이 건넵니다.